살면서 “와, 이건 진짜 인생 공연이었다”라고 외쳤던 순간들이 있지.
공연장이 흔들릴 정도로 떼창을 했고, 끝나고 목이 다 쉬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까지 계속 여운이 남았던 날들 말이야.
그런데 몇 년 지나면 이상하게 기억이 흐려져.
“그거 언제였지?”
“누구랑 갔더라?”
“그때 오프닝 곡 뭐였지?”
“서울이었나 부산이었나?”
분명 엄청 중요했던 순간인데, 기억은 생각보다 빨리 희미해져.
그리고 카메라 롤에는 공연 영상만 수백 개가 쌓여 있는데, 정작 다시 보는 일은 거의 없어.
이걸 정면으로 해결하려는 앱이 나왔어. 바로 아이폰용 라이브 공연 아카이브 앱, Gigs야.
티켓 사진, 이메일, 스크린샷만 넣어주면 AI가 알아서 공연 기록을 정리해주는 앱이야. 쉽게 말하면
“내 공연 인생을 대신 정리해주는 비서” 같은 느낌이지.
공연은 넘치는데, 기억은 망가진다
우리는 공연장에 가면 거의 자동으로 폰부터 꺼내. 사진 찍고, 영상 찍고, 스토리 올리고, 친구한테 공유하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영상 다시 본 적 거의 없지?
결국 그 자료들은 사진은 카메라 롤 어딘가에 묻혀 있고 티켓은 이메일, 문자, 카카오톡에 흩어져 있고
예매 확인 메일은 검색해도 잘 안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내가 공연을 이렇게 많이 다녔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뒤섞여.
라이브 음악은 본질적으로 경험 산업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경험을 오래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거의 없었어. 플랫폼들은 예매, 결제, 취소에만 집중했지
“그 공연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가”는 전부 사용자 몫이었어. Gigs는 여기서 시작해.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있어. 그냥 정리가 안 돼 있을 뿐이야.” 이 관점이 꽤 중요해.
어떻게 동작하나 – 티켓 던지면 AI가 공연 일지를 써준다
Gigs의 핵심 철학은 아주 명확해. “입력은 대충, 결과는 정교하게” 이거야.
1) 아무 자료나 넣어라
앱에 넣을 수 있는 건 다양해. 티켓 이미지, 예매 확인 메일, 이메일 스크린샷, 공연 정보가 있는 웹사이트 링크
그냥 공연과 관련된 흔적이면 거의 다 가능해. 사용자는 그냥 던져 넣으면 돼.
2) AI가 알아서 정리한다
Gigs는 애플의 온디바이스 AI를 이용해서 내용을 읽어.
그리고 자동으로 이런 정보를 뽑아줘. 공연 날짜, 공연장과 도시, 아티스트와 라인업, 페스티벌 이름, 투어 이름 이걸 하나의 공연 카드로 정리해줘. 이게 진짜 편한 이유는 사람은 기억을 감정으로 저장하는데 앱은 그걸 구조화된 데이터로 바꿔준다는 거야.
3) 기존 기록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Setlist.fm이나 Concert Archives에 기록해둔 사람도 많잖아.
Gigs는 이런 계정을 연동해서 과거 몇 년치 기록을 한 번에 가져올 수 있어. 즉,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흩어진 기억을 한곳에 모으는 방식이야. 이게 훨씬 현실적이지.
공연 전부터 공연 후까지 전부 관리한다
재밌는 건 Gigs가 단순히 “기록 앱”이 아니라는 점이야. 공연 전 → 공연 중 → 공연 후 이 전체 흐름을 잡으려고 해.
공연 전 – 정보 허브
공연을 등록해두면 캘린더 연동, 예매 시작 알림, 티켓 판매 리마인더, 예상 세트리스트 확인, 아티스트 정보 탐색 등 이런 걸 다 연결해줘.
쉽게 말하면 “나 이 공연 갈 거야” 이것만 체크하면 앱이 뒤의 귀찮은 정보 수집을 대신 해주는 거야. 이건 진짜 UX가 좋지.
공연 후 – 기억을 데이터로 바꾼다
공연이 끝나면 앱이 묻는다. “오늘 공연 어땠어?” 평점 남길래? 사진 올릴래? 영상 저장할래? 굿즈 사진도 같이 둘래?
이 과정이 중요해. 기억은 그냥 두면 흐려지는데 기록하면 자산이 되거든. 감정이 데이터가 되는 순간이야.
지도와 발견
내가 다녀온 공연장을 지도에서 볼 수도 있어. 어느 도시를 가장 많이 갔는지 어느 공연장이 내 단골인지 내가 어느 시기에 가장 공연을 많이 봤는지 이걸 시각적으로 보여줘. 이쯤 되면 그냥 기록 앱이 아니라 “내 팬덤 인생 지도”가 돼.
진짜 재미는 통계에서 나온다
기록이 쌓이면 Gigs는 진짜 재미있는 걸 보여줘. 바로 나 자신의 공연 통계야. 가장 많이 본 아티스트 TOP 가장 자주 간 공연장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 공연을 가장 미친 듯이 다녔던 해 평균 평점 패턴 이걸 보면 묘한 감정이 들어. “아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이게 생각보다 강력해. 사람은 통계를 보면 자기 정체성을 다시 느끼게 되거든. 그리고 여기서 게이미피케이션도 들어가.
10번째 공연
100번째 공연
1000번째 공연
이런 식으로 마일스톤을 축하해줘. 1000회면 거의 공연 괴물이지. 결국 이 앱은 단순한 기록장이 아니라 “너의 팬덤 인생을 숫자로 다시 보여주는 엔진” 에 가까워.
비즈니스 모델도 꽤 똑똑하다
Gigs는 기본 다운로드는 무료야. 하지만 제대로 쓰려면 유료 구독을 제안해.
월 2.99달러 또는 연 19.99달러
기능은 무제한 사진·영상 업로드, 데이터 내보내기, 더 깊은 통계, CSV 및 다른 서비스 기록 가져오기 이런 것들이야.
레딧에서는 평생 이용권도 언급되고 있어.
이 구조가 좋은 이유는
진짜 헤비 유저만 돈을 내게 만든다는 점이야.
공연을 1년에 한 번 가는 사람보다
한 달에 세 번씩 가는 사람이 훨씬 더 큰 가치를 느끼니까.
이건 아주 전형적인 덕후 비즈니스 모델이야.
잘 만든 구조지.
왜 지금이고, 왜 iOS일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온디바이스 AI야.
즉, 티켓이나 이메일 내용을
서버가 아니라 내 아이폰 안에서 처리해.
이게 왜 중요하냐면 티켓 정보, 메일 내용, 위치 정보, 공연 일정 이런 건 꽤 개인적인 정보거든.
그걸 외부 서버에 보내지 않고
기기 안에서 처리한다는 건 신뢰를 크게 올려줘.
이건 애플이 계속 밀고 있는 방향이기도 해.
프라이버시 + 개인 AI
Gigs는 이 흐름을 정말 잘 탔어.
그리고 현재는 iOS 전용이야.
애플 생태계에 깊게 들어와 있는
공연 덕후들을 정확히 노린 거지.
타깃이 명확해.
이건 서비스 기획에서 엄청 중요해.
이 서비스가 진짜 보여주는 것
사실 Gigs는 공연 앱이라기보다 “기억 인덱싱 서비스” 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해.
이미 사용자 폰 안에는 사진, 티켓, 메일, 위치 정보, 결제 기록 등 모든 데이터가 있어.
문제는 그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거야.
Gigs는 그걸 “공연” 이라는 하나의 단위로 묶어줘. 그리고 그 위에 통계, 알림, 회상, 추천을 얹는 거지.
이 패턴은 엄청 강력해. 여행에도 가능하고 독서에도 가능하고 영화에도 가능하고 전시에도 가능해.
결국 미래의 서비스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데이터를 더 잘 묶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커. 이게 진짜 포인트야.
실제로 쓸만할까?
만약 네가 대학 때부터 공연을 꽤 많이 다녔고 해외 가면 꼭 공연 하나는 보고 카메라 롤에는 공연 사진이 수천 장인데
언제 누구를 어디서 봤는지 헷갈리는 사람이라면 이 앱은 꽤 강력해. 옛날 메일함 뒤져서 예매 메일 스샷 넣고 티켓 이미지 올리고 Setlist.fm 연동하고 사진 묶어서 업로드하면 어느 순간 앱이 말해줘.
“가장 많이 본 아티스트는 이 사람입니다”
“가장 자주 간 공연장은 여기입니다”
“가장 미친 해는 2018년입니다”
이거 진짜 묘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의 흔적처럼 느껴지거든.
마무리
Gigs를 보면서 느낀 건 하나야. 기억도 결국 인덱싱의 문제라는 것. 우리는 잊어버린 게 아니라
찾을 수 없었던 거야. AI는 새로운 걸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이미 존재하는 내 삶을 더 잘 보여주는 데서 더 큰 가치가 나올 수도 있어. 어쩌면 미래의 최고의 앱은 가장 똑똑한 생성 AI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장 잘 정리해주는 앱” 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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