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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선관위는 누구의 책임을 지는가

6·3 지방선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황당함을 느꼈다. 개표 논란 때문이 아니다.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섰는데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됐고, 결국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유권자들까지 발생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결과에 동의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과정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이번 사태는 바로 그 과정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버렸다.

실제로 선거 당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투표가 일시 중단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도대체 선관위는 누구의 책임 아래 있는 조직일까?

 

[Source: ChatGPT 생성]

 

많은 사람이 모르는 선관위의 구조

의외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부 소속 기관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독립기관이다. 중앙선관위는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 대통령이 3명 임명
  • 국회가 3명 선출
  • 대법원장이 3명 지명

하는 구조다.

즉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이 지명한 현직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아왔다. 실제로 노태악 위원장 역시 대법관 출신이었고, 후임 역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천대엽 대법관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국민들이 묻게 된다.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라는데 왜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걸까?"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걸까?"

 

책임은 있는데 책임질 사람은 없는 구조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투표를 하러 온 국민이 투표를 하지 못한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런데 책임 구조를 보면 매우 독특하다.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다.

정부가 직접 지휘하지 못한다.

국회도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대법원 역시 운영 주체는 아니다.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은 있지만 누구도 명확한 운영 책임자가 아닌 구조가 만들어진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독립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독립성이 무책임성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도 질문은 향한다

일부에서는 "선관위는 독립기관인데 왜 대법원장을 거론하느냐"고 말한다. 맞는 이야기다. 대법원장이 선거를 운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도 존재한다.

현재 선관위원장의 선임 구조 자체가 대법원장 지명 몫의 대법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관위가 신뢰 위기를 겪을 경우 국민의 시선이 대법원장에게도 향할 수밖에 없다.

법적 책임과 제도적 책임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원포인트 개헌을 고민할 때가 아닐까

사실 이번 논란은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람보다 제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크다. 1960년대에 설계된 구조가 2026년 대한민국에도 최선인가를 묻는 시점이 왔다. 몇 가지 논의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첫째. 선관위원장을 현직 대법관이 맡는 관행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둘째.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셋째. 대규모 선거 실패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하는가.

넷째.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었을 경우 자동적인 조사와 감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가.

최근에는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공론화되고 있다.

 

부정선거와 선거관리 실패는 다른 이야기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선거관리 실패와 부정선거는 같은 말이 아니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다.

운영이 부실했다.

대응이 늦었다.

이것은 선거관리 실패의 영역이다.

반면 부정선거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 근거 없이 음모론을 확대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위험한 것은 실제 실패를 실패가 아니라고 덮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음모론이 아니다.

책임이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다.

제도 개선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신뢰다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실수도 한다.

오류도 발생한다.

하지만 국민이 그 실수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누가 당선됐느냐가 아니다.

"국민의 한 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과연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시스템이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같은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적은 특정 정당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국민이 선거를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