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마음속에 묘하게 자리 잡은 감정, ‘아네모이아(Anemoia)’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직접 겪지 않은 시대에 그리움을 느끼는 감정이지. 2012년 존 쾨닉이라는 작가가 만든 단어인데, ‘노스탤지어(향수)’와는 좀 달라. 내가 실제로 겪은 추억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점이 다르지.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면서 과거의 문화를 ‘데이터’로 경험해.
예를 들어, 응답하라 시리즈, 왕가위 영화, 시티팝 음악 같은 콘텐츠를 보면, 마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처럼 감정이입하잖아.
유튜브의 VHS 필터, 스포티파이의 레트로 플레이리스트, 틱톡의 복고 영상들까지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그때의 공기’를 느낄 수 있게 됐지.

AI가 만드는 완벽한 향수의 시대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어. AI가 감정을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거든. 스위스 연구팀이 감성지능 테스트를 돌려봤는데, 인간 평균이 56%인데 반해 ChatGPT를 포함한 AI 모델은 82%를 찍었다고 하더라.
더 놀라운 건, AI의 위로가 인간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거야.
인간은 지치고, 오해하고, 때로는 무심하지만, AI는 그렇지 않거든. 판단하지도, 피곤해하지도 않아.
예전엔 감독이나 뮤지션이 만든 불완전한 창작물 덕분에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했어. 빈틈이 있었기에, 그 틈을 우리가 채우면서 감정이 더 깊어졌지. 하지만 AI는 다르게 굴러가. 흑백 영상을 완벽한 컬러로 복원하고, 없던 장면을 새로 만들어내며, 심지어 그 시대의 감정까지 계산해서 재현하잖아.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상상조차 AI가 대신하게 되는 거야.
알고리즘이 만들어주는 나
요즘은 우리의 취향, 기억, 감정까지 AI에게 외주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와.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 Wrapped, 단순히 내가 들은 음악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게 바로 너야”라고 정체성을 던져주지. 그래서 사람들은 Wrapped를 보면서 “맞아, 이게 나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이 조립한 자아를 받아들이는 거야.
‘구글 효과’라는 연구도 있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인간은 그걸 굳이 기억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제 우리는 ‘어디에 저장됐는가’만 기억하고, ‘무엇이었는가’는 잊어버리지.
이게 바로 기억의 외주화, 혹은 ‘내성의 외주화’야.
인스타그램이 “3년 전 오늘”을 띄워줄 때 울컥한 적 있지? 근데 그건 네가 선택한 추억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선택한 기억이야. ‘좋아요’가 많이 붙고, 반응이 좋았던 순간들만 남아 있지. 결국 우리는 알고리즘이 구성한 과거를 ‘나의 진짜 과거’로 착각하게 돼.

AI 시대의 아네모이아 = 외로움의 다른 이름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사실 어떤 시대가 아니라,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시대야.
1980년대 서울을 동경하는 MZ세대가 그 시절의 정치나 사회문제까지 그리워하는 건 아니잖아. 그들이 그리워하는 건 이웃과 함께였던 시간, 골목의 냄새, 집집마다 흘러나오던 밥 짓는 소리 같은 데이터화되지 않은 일상이야.
지금은 어때?
모든 게 캡처되고, 기록되고, 공유되고, 알고리즘화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누군가와 진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사라졌어.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사람들은 AI에게 위로를 청해. AI는 절대 오해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공감은 ‘공감처럼 보이는 분석’일 뿐이야. AI는 공감하지 않아!! 그저 인간의 공감을 시뮬레이션할 뿐이지.
내가 선택해야 할 세 가지
의도적으로 오프라인 만들기
사진 안 찍는 하루, SNS에 올리지 않는 순간, 기록되지 않는 대화. AI 시대일수록 이런 ‘불완전한 현재’가 진짜 보석이야.
감정의 주인이 되기
Wrapped가 알려주는 ‘너의 올해’를 그대로 믿지 말고, “내가 진짜 좋아했던 건 뭐였지?”를 직접 물어봐야 해. AI가 정리한 감정이 진짜 네 감정인지, 한 번쯤 의심해보자. 즉, 한번정도는 노트에 적어보자!
불완전한 인간관계의 가치를 지키기
AI는 완벽하고, 인간은 엉망이야. 그런데 그 엉망인 관계 속에서만 우리는 진짜 성장해. 상처도 치유도, 다 타인에게서 오거든.
현대의 고독이 과거의 모습으로
결국 우리가 느끼는 아네모이아는 시간 여행의 향수가 아니라, 현재의 고독이 과거의 얼굴을 한 감정이야.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낡은 물건도, 오래된 음악도 아니야. 공유할 수 있었던 감정, 완벽히 이해받진 못했지만 함께 혼란스러웠던 그 시간이지.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순간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그러니 알고리즘이 예측하지 못할 선택을 하고, 완벽하지 않은 대화 속에서 진짜 공감을 느끼자.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는
AI가 만들어준 과거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될지도 몰라.
마지막으로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그리워하는 그 시절, 정말 ‘과거’일까? 아니면 네가 잃어버린 ‘현재’를, 과거의 모습으로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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