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터지면서 무려 647개 정부 전산시스템이 동시에 멈춰버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단순히 ‘불이 났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예산 삭감과 이중화 시스템 지연이라는, 오래된 구조적 병폐가 불러온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이미 경고는 있었다, 하지만 무시됐다
사실 이번 사태는 갑작스러운 재앙이 아니었다.
2023년 행정망 마비 사태 이후 정부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2024년 감사원은 이미 정부 정보시스템의 92.6%가 재해복구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늘 똑같았다.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
결국, 경고는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였고, 화재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예산, 도대체 왜 이렇게 깎였을까?
더 황당한 건 돈 문제다.
- 애초에 75억 원이 요구됐지만 29억 원만 배정됐다.
- 심지어 카카오 먹통 사태 직후 편성됐던 251억 원 예산이 1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행안부는 "액티브-액티브 방식"이라는 고난도 이중화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공백만 커졌다.
쉽게 말해, 현실은 준비 안 됐는데, 보여주기식 기술만 추구하다 큰 구멍을 만든 셈이다.
민간기업에는 엄격, 정부에는 관대한 이중잣대
여기서 더 씁쓸한 대목.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정부는 민간 기업에 강력한 이중화·재난대응 의무를 부과했다.
네이버, 구글, 삼성, 쿠팡 등까지 모두 규제망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작 정부 전산망은 법적 관리·감독 사각지대였다. 민간에는 철퇴를 내리면서, 자기 집안일은 내버려둔 꼴이다.
현실은 참혹하다
화재 당시 647개 시스템이 멈췄는데, 그중 재해복구 시스템이 있던 건 고작 25개(3.9%).
더 충격적인 건, 불에 직접 탄 96개 시스템은 모두 재해복구 장치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카카오사태 이후 "3시간 내 복구 가능하다"고 장담했던 당국자의 말은 그냥 허언(虛言)이었다.
실제 복구까지는 한 달이 걸릴 거라 한다.
데이터센터 안전 강화 법안, 왜 번번이 막혔나?
더민주 이상식 의원은 데이터센터를 소방안전 특별관리시설물로 지정하자고 법안을 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반대했다.
이게 처음도 아니다. 2020년에도 데이터센터 재난관리 법안이 있었지만, 여야가 모두 "규제 과잉"이라는 이유로 무산시켰다.
결국, 공항이나 철도 같은 핵심 시설은 엄격히 관리하면서, 국가 전산망 같은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
사태가 터지자 정치권은 늘 그렇듯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여당은 대통령 책임론을 꺼내고, 야당은 "민간에는 강요하면서 정작 공공기관은 제외했다"고 맞받아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중 운영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문제는 그게 본인 재임 기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3자처럼 말할 게 아니라, 책임 있는 주체로서 해법을 내놨어야 했다.
전문가들의 일침
- "적대 세력이 이 약점을 노리면, 미사일 한 방에 국가 행정이 멈춘다."
- "지금 구조는 PC 한 대에 모든 걸 몰아넣은 셈이다."
이건 단순 화재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경고다.
‘돈 아끼기’가 부른 국가 재앙
이번 사태는 불이 아니라 예산 절약과 정책 실패가 불러온 참사다.
민간기업에는 강하게 압박하면서, 정작 정부 시스템은 느슨하게 관리한 이중잣대.
그 결과가 국민의 행정 서비스 올스톱이라는 대가로 돌아왔다.
지금 필요한 건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진짜 이중화 시스템과 데이터센터 안전 강화다.
국가 인프라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다. 비용을 아끼려다 나라 전체가 멈추는 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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