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중 단수이에 들른 건 그냥 노을이 예쁘다는 얘기 때문이었는데, 뜻밖의 발견이 있었다.
바로 그 골목 위쪽, 아무 표식도 없는 조그마한 식당에서 먹은 우육탕(牛肉湯).
가게는 우리나라 전통시장 안 분식집이랑 비슷했어. 밖에서는 아주머니 한 분이 냄비에서 국물을 끓이고 있었고, 안에는 네댓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몇 개뿐. 직원도 딱 한 분. 영어 메뉴판 옆에 한문이 가득 적혀 있었는데,
‘牛肉麵’ 세 글자만 눈에 확 들어오더라. 그걸 가리키며 주문.
첫 숟가락, 그 ‘애매한’ 맛의 매력
국물을 한입 딱 떠먹었을 때, 솔직히 처음엔 좀 심심했어. 한국식으로 강한 간이 아니라, 슴슴하다는 표현이 딱 맞더라.
한약재 향이 살짝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부담스럽진 않아. 마치 갈비탕에서 간을 반만 한 느낌?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그 ‘애매한 중간’의 맛. 그런데 묘하게 계속 손이 가는 거야.
국물이 미묘하게 입안에 감기면서, 먹을수록 은근히 깊은 맛이 올라왔어.
ㅋㅋ 고독한 미식가처럼 표현하자면 “나 세게 주장하지 않지만, 내 존재감은 확실해” 하는 그런 맛.

고기와 면, 담백함의 정석
고기는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 지방 거의 없이 결이 고운 부위라 씹히는 순간 바로 풀려버려.
국물의 슴슴함 덕분에 오히려 고기 본연의 맛이 잘 느껴졌어.
면은 국수보다 두꺼운 면인데 탱탱하고 탄력이 좋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마다 김이 살짝 올라오고, 그 향이 또 좋았지. 고기, 면, 국물의 조화가 부담 없이 조용히 어우러지는 느낌.
그 조용한 점심의 공기
가게 안에는 우리 가족만 식사 중이었고, 밖에서는 냄비에서 김이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어.
아주머니 둘이 서로 말을 하면서 일을 하는데 손놀림이 정말 익숙하더라. 마치 수십 년째 그 자리에서 같은 리듬으로 우육탕을 내온 사람들 같았어. 바람은 시장 골목을 따라 살짝 불고, 냄비 뚜껑이 ‘딸깍’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지.
그 와중에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들... K-POP 그게 배경음악이었어. 헐...

기억에 남는 건 강렬함이 아니라 여운
단수이의 그 우육탕은 솔직히 첫인상은 강하지 않았어.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도 생각나는 건, 그런 슴슴한 맛이야.
대만의 음식이 꼭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게 아니라는 걸, 그 한 그릇이 조용히 말해주더라.
강한 맛의 여행은 잊히지만, 이런 은근한 맛은 오래 남아.
아마 그래서 지금도 그 골목, 그 냄비 김, 그리고 그 슴슴한 한입이 자꾸 떠오르는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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