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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골방에서 공부한 법관들, 민주주의의 부채를 기억하며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야기를 들으면, ‘법관’이라는 직업이 단순히 법만 아는 전문가가 아니라, 시대와 함께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라는 걸 새삼 느끼게 돼.

그의 발언은 마치 고백 같고,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 같아.

 

"우린 민주주의를 위해 뭘 했을까?"

문형배 전 재판관은 이런 말을 했어.

"법관들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한 일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법관들은 동료와 선후배들이 학교와 거리와 일터에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 골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습니다.
판사들은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말이 왜 이렇게 찌르듯 와닿을까.
실제로 70~80년대 독재 시절, 법원은 검사의 쪽지를 받고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곤 했대.

그 부끄러운 과거를 그는 숨기지 않았어. 그냥 지나간 일이 아니라, 반드시 직면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라는 거지.

이 고백은 단순한 자기비하가 아니야.
오히려 지금의 사법부가 더 겸손해지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야. 지금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이 환경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흘린 피와 땀 덕분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거야.

 

문형배의 삶, 판결, 그리고 따뜻한 시선

문형배 재판관이 했던 말들이 진정성 있게 들리는 이유는, 그의 판결과 삶이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야.

그는 장학금 덕분에 공부를 이어간 사람이었고, 늘 사회적 약자에게 눈길을 주는 판결을 해왔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화가 있어.
카드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한 피고인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10번 외워 보라”고 했대. 그리고 “우리에겐 그 단어가 ‘살자’로 들린다”고 말하면서 책을 선물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어. 이건 단순히 법의 기준으로만 판단한 게 아니야. 그 사람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판결이지.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그냥 헌법주의자

문형배 재판관은 본인을 진보라고 부르지 않아. 오히려 “헌법과 법률을 지키려 애쓰는 보수주의자”라고 말했어.

근데 그런 그를 ‘진보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사실 지금의 사회와 사법부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는 거야.

그는 공무원 노조 사건, 4대강 사업 소송 등에서도 원칙에 충실한 판결을 했어. 퇴임을 앞두고는 이런 말도 남겼지.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맞는 말이야.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제력이 필요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관용이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이라는 걸 그는 계속 강조했어.

 

민주주의의 부채를 기억하자

문형배 재판관의 발언은 그냥 과거의 회고가 아니야. 그는 분명히 말했지.

이제는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고, 더 이상 외면하거나 무관심할 수 없다고.

나도 이 말에 정말 공감했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는 그냥 생긴 게 아니야.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우린 겸손해야 해.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더더욱. “내 말이 다 맞다”는 독선보단,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문형배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어.

“나는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헌법재판소를 응원하겠다.”

이 말이 참 좋더라.
우리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간다면, 그가 말한 ‘민주주의의 빚’도 언젠가는 갚을 수 있지 않을까?

법관이든 시민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게 진짜 민주주의 아닐까?

 

 

부채를 말하기 전에, 법원은 그 빚을 기억하고 있나

최근...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단 정치적 판단처럼 느껴진 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정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판결해야 할 최종심이 이렇게 흔들리면, 대체 누가 사법부를 믿을 수 있을까?

이런 순간마다 문형배 같은 인물이 떠올라.
법관이란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자기 삶의 과거와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걸
그는 직접 보여줬잖아.

대법원이 국민 앞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사법부는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거야.
법치주의는 법원 스스로 지켜야 의미 있는 거니까.

우리, 민주주의의 부채를 말하기 전에
먼저 법원이 그 빚을 회피하지 않는지부터 제대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