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0년대 후반에 태어났어.
국민학교라는 말을 쓰던 마지막 세대고, 집 전화로 친구 집에 전화 걸어서 “철수 있나요” 묻던 시절을 살았지. 물론 전화가 집마다 있지는 않았던 시기야... 그때만 해도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말은 그냥 어른들 술자리 푸념 같은 거였어.
근데 요즘은 다르다. 뉴스를 보다가도, 숫자를 보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아 이건 진짜 다음 세대 문제가 아니라, 내 노후 문제구나.”
최근 일론 머스크가 한국 인구 얘기를 또 꺼냈다더라.
세대 몇 번 지나면 한국 인구가 몇 퍼센트로 줄어든다, 북한이 걸어서 내려온다 같은 자극적인 말들.
표현은 과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과장”이라고 웃고 넘기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이야.
우리가 자라온 한국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내가 어릴 땐 반에 50명 넘는 게 당연했어. 한 동네에 초등학교가 몇 개씩 있었고, 신도시 생기면 제일 먼저 학교부터 지었지.
근데 지금은 어때. 신도시가 생겨도 초등학교가 모자라는 게 아니라 없어서 문제야. 학생 수 줄어서 학교 통폐합 얘기가 나오는 게 뉴스가 아니라 일상이 됐고, 어린이집은 남아도는데 노인 요양시설은 대기 줄이 생긴다.
출산율 0.7이라는 숫자는 솔직히 체감이 안 와. 근데 이건 체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무너졌다는 신호야.
이게 정말 개인 선택의 문제일까
요즘 저출산 얘기만 나오면 꼭 따라붙는 말이 있지.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다”, “결혼을 안 하니 문제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 세대가 봐도 지금 청년들한테 “아이 낳아라”라는 말은 너무 잔인해.
집값, 교육비, 고용 구조, 노동 강도… 이 중에 뭐 하나라도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 있나?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낳을 수 없는 구조가 너무 오래 방치돼 왔어. 게다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자유를 원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미안해질까 봐”라는 거. 이 말이 너무 무섭지 않나.
부모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너를 이 사회에 데려오는 게 죄 같아서”라고 말하는 상황.
인구가 줄면 제일 먼저 망가지는 건 경제보다 ‘관계’다
사람들은 GDP 얘기부터 꺼내. 노동력이 줄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연금이 위험해진다.
다 맞는 말이야. 근데 내가 더 무섭게 느끼는 건 다른 거야.
- 일할 사람이 없어서 가게 문 닫는 동네
- 병원은 있는데 간호사가 없는 도시
- 세금은 늘어나는데 돌봄은 사라지는 사회
이건 경제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 고립의 확대야. 특히 우리 세대는 애매해.
부모를 부양해야 할 나이로 들어가고 있고, 정작 우리 노후를 책임질 다음 세대는 너무 적다.
이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시간의 결과야.
일본을 보면 답이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이 길을 갔지. 인구 줄고, 고령화 심해지고, 경제 성장 정체되고. 근데 일본이 완전히 망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야.
로봇, 자동화, 효율화로 적응해 왔고, “덜 성장하지만 유지하는 사회”로 방향을 틀었어.
문제는 우리나라야. 우리는 아직도 성장 신화를 못 놓고 있어.
더 빨리, 더 크게, 더 많이. 근데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이 공식은 작동하지 않아.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해. “얼마나 성장할까”가 아니라 “얼마나 덜 아프게 늙어갈까”로.
머스크의 말이 불편한 이유
솔직히 말해서 머스크의 발언이 기분 나쁜 이유는 따로 있어. 틀려서가 아니라, 맞는 말을 너무 막말로 해서야.
외국인이 우리 미래를 숫자로 계산해서 던져주는 느낌.
자존심 상하지. 근데 그 자존심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 우리가 이 문제를 서로 떠넘기기만 하다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정치 탓, 세대 탓, 개인 탓 다 했는데 정작 구조는 거의 안 바뀌었다.
이제는 출산율이 아니라 ‘삶의 밀도’를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이제 출산율 숫자 올리자는 얘기만 나오면 좀 지친다. 그건 결과지, 원인이 아니거든.진짜 필요한 질문은 이거야.
- 아이 없이도 존엄하게 늙을 수 있는가
-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게 설계된 사회인가
- 일만 하다 사라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출산율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안 올라간다.
이건 끝이 아니라, 전환점일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여. 근데 그게 꼭 파멸은 아니라고 생각해. 경쟁이 줄고, 속도가 느려지고, 조금 덜 몰아붙이는 사회로 갈 수도 있어. 문제는 우리가 그 변화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느냐,
아니면 그냥 떠밀려 가느냐야.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우리는 어쩌면 마지막으로 이걸 선택할 수 있는 세대일지도 몰라.
아이를 더 낳게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살아 있는 게 덜 버거운 사회.
그게 먼저다. 그 다음에야, 아이 얘기를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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