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돌아가는 걸 보면 한 문장으로 정리돼. 이전에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거야.
자유무역은 선이고, 글로벌 분업은 효율적이며, 규칙 기반 국제 질서는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믿음.
이게 한때는 교과서였는데, 지금은 거의 신화에 가까워졌어.
2026년 다보스 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던진 메시지는 그 신화의 공식적인 사망선고처럼 들렸어.
그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는 말 자체가 이미 거짓된 질서가 됐다고 선언했어.
외교 수사도 아니고, 학자적 경고도 아니라, 이제는 각오를 요구하는 현실 인식에 가까웠지.
거짓된 질서와 상점 주인의 딜레마
카니가 꺼낸 비유가 인상적이야. 바츨라프 하벨의 ‘상점 주인’ 이야기. 모두가 안 믿으면서도 믿는 척 유지해온 간판.
국가도, 기업도, 국제기구도 그 간판을 계속 걸어두고 있었던 거야. 자유무역, 글로벌 협력, 공동 번영. 하지만 실제 세계는 어땠냐면,
- 금융은 무기가 됐고
- 에너지는 협박 수단이 됐고
- 공급망은 압박 레버가 됐고
- 관세와 제재는 외교의 기본 도구가 됐어
WTO, UN, COP 같은 다자 시스템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실제 힘은 대국의 계산과 거래에서 움직이고 있지.
카니의 말은 냉정했어. 이건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통합 모델 자체의 파열이라는 거야.
요새로 숨어버릴 것인가, 새로운 협력을 만들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두 개야. 하나는 각자도생. 국경 닫고, 요새를 쌓고, 힘 있는 나라 눈치 보며 버티는 방식.
카니는 이 길을 단호하게 부정해. 요새 세계는 더 가난하고, 더 불안정하고, 더 위험해진다고. 그래서 그가 제시한 건 중간 강대국의 새로운 전략이야. 굴복도 아니고, 단순한 대국 추종도 아닌, 가치 기반 현실주의라는 이름의 제3의 길. 캐나다가 실제로 하고 있는 걸 보면 말만은 아니야.
- 지방 간 무역 장벽 제거
- 에너지, AI, 핵심 광물에 1조 달러 투자
- 국방비 2배 확대
- G7 중심의 구매 클럽
- 민주주의 국가 중심 AI 협력
노스탤지어는 버리고, 새로운 제도를 직접 만들겠다는 선택이야.
그래서 이건 케인즈의 끝인가, 아담스의 귀환인가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 이 흐름이 케인즈 경제학에서 아담스 경제학으로 넘어가는 시기인가?
케인즈가 말한 세계는 이런 거였지.
- 위기 때는 국가가 개입하고
- 수요를 관리하고
- 국제 협력으로 불황을 넘는다
그 전제는 신뢰야.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믿음, 규칙이 지켜진다는 가정. 근데 지금은 어때.
- 시장은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고
- 가격은 정치의 결과가 됐고
- 효율보다 안보가 우선이야
이건 어쩌면 케인즈 이후의 세계가 아니라, 국가 이익이 노골적으로 복귀한 세계, 그러니까 ‘아담 스미스 이전’의 현실에 더 가까울지도 몰라.
보이지 않는 손보다 보이는 국가, 보이는 권력, 보이는 공급망.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하나야.
이제는 단순한 국익이 아니라 가치를 명분으로 삼는다는 것.

카니가 말하는 ‘가치’는 도덕이 아니라 전략이다
카니의 책 《Value(s)》를 보면 이게 잘 드러나. 그가 말하는 가치는 착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기업 보고 희생하라는 소리도 아니야.
- 공정성
- 탄력성
- 지속 가능성
- 책임
- 연대
이건 윤리 교과서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에 가까워.
값이 싸다고 좋은 게 아니고, 효율적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며, 단기 수익이 장기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
그래서 가치와 가격이 다시 분리되고 있어. 싸도 못 쓰는 자원, 빠르지만 위험한 공급망, 이익은 나지만 신뢰를 잃는 기술.
우리나라는 어디에 서야 할까
이 얘기가 남 얘기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어. 한국도 전형적인 중간 강대국이야.
미국과 중국 사이, 기술과 안보 사이, 수출과 자립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 중이지. 카니의 메시지를 한국식으로 번역하면 이거야.
- 거래국가처럼 흔들리지 말고
- 산업과 기술의 기본 체력을 키우고
- 같은 규칙을 공유하는 클럽형 동맹을 늘려라
반도체, 배터리, AI, 에너지. 이건 방어가 아니라 공격 포인트야. 자립은 고립이 아니고, 협력은 종속이 아니라 선택이 되는 구조.
결국, 가치는 다시 쓰이고 있다
지금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야. 정책이 바뀌는 시기도 아니고.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계관이 무너지는 시기야.
자유무역이 항상 선이라는 믿음, 글로벌화는 되돌릴 수 없다는 확신, 시장은 정치와 분리돼 있다는 가정. 이제는 다 다시 써야 하는 질문이 됐어. 카니의 연설이 불편한 이유는 하나야.
우리가 이미 느끼고 있었던 불안을 말로 정확히 찍어버렸기 때문이야. 질서는 끝났고, 가치는 다시 정의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읽는 쪽이 될지, 쓸려가는 쪽이 될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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