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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결국 유행은 돌고 돈다… 근데 이번엔 ‘듣는 LP’가 아니야

요즘 LP판 다시 뜨는 거 보면 좀 웃기지 않아? 부모님 세대 추억템이 Z세대 방 한가운데 인테리어로 걸려 있는 상황이니까.

근데 더 재미있는 건, 이게 단순히 “아날로그 감성” 같은 뻔한 얘기가 아니라는 거야.
요즘 LP는 음악보다 의미와 풍경을 파는 물건에 더 가까워졌거든.

 

LP를 사는데 턴테이블이 없다고?

이게 요즘 LP 붐의 핵심이야. 최근 5년 동안 LP 판매량은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했고,
미국의 Z세대의 절반 이상이 “LP를 산 적 있다”고 답했어. 근데 여기서 반전. 그중 상당수는 턴테이블이 없어.

이 말은 뭐냐면, LP를 음악 재생용으로 산 게 아니라는 거지.

  • 벽에 걸어두고
  • 선반에 세워두고
  • 방 분위기 바꾸는 소품으로 쓰고

LP는 이제 ‘듣는 매체’라기보다 보여주는 취향, 전시하는 정체성이 된 거야.

마케팅 용어로 말하면 이건 완전한 상징 소비야. “나는 이 아티스트를 이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 안 해도 보여주는 물건인 거지.

 

테일러 스위프트가 LP를 굿즈로 바꿔버린 방식

LP 리바이벌 얘기할 때 테일러 스위프트 빼면 반칙이야. 이 사람은 LP를 그냥 음반으로 안 봐. 처음부터 스토리 있는 굿즈 패키지로 설계했거든. 뭐~ 추가 트랙이라던지 포스터, 시, 메시지, 설정 세계관 등... 이걸 묶어서 “이건 팬만이 갖는 물건”이라는 문법을 만들어버렸어.

특히 변주 전략이 진짜 무서워. 같은 앨범인데 색이 다르고 자켓이 다르고 구성도 조금씩 달라!

Midnights는 네 장을 다 모으면 뒷면이 시계가 돼. 이건 선택지가 아니라 사실상 미션이야. “모을 거면 끝까지 모아라”라는. 이 전략 이후로 LP는 음원이 아니라 콜렉터블 콘텐츠가 됐고, 다른 아티스트들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지.

 

[이미지출처: https://www.republicrecords.com/products/kpop-demon-hunters-soundtrack-from-the-netflix-film-lp 캡쳐]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LP는 전시용으로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 LP를 많이 모으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말해.

“노래는 스포티파이, Youtube, 벅스뮤직”, “LP는 거의 안 틀어” 즉, 역할 분리가 일어난 거야.

  • 음악 감상은 디지털이 담당
  • 취향 표현은 피지컬이 담당

LP는 이제 “내 취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액자” 같은 존재가 됐어. 그래서 비닐을 안 뜯어도 되고,
턴테이블이 없어도 사고, 심지어 재생 여부는 중요하지도 않아.

 

Z세대식 소확행, 그리고 ‘의식 있는 낭비’

이 소비가 성립하는 이유도 분명해. 집, 결혼, 미래 같은 큰 목표는 점점 멀어지고 그 사이 공백을 채우는 게 작고 확실한 만족이 됐거든.

LP는 딱 그 포지션이야. 너무 비싸진 않지만 확실히 기분은 좋아지고 취향도 남고

중요한 건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게 아니라는 거야. 가격 비교 엄청 하고, 중고 마켓 뒤지고, “이 정도면 합리적인 낭비다”라는 선을 스스로 정해. 그래서 디스콕스 같은 중고 플랫폼이 커졌고, LP 사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게임처럼 됐어.

 

중고 LP가 더 ‘있어 보이는’ 이유

중고 LP가 인기인 이유도 흥미로워.

누군가의 시간이 남아 있는 물건, 이미 존재하던 걸 다시 쓰는 선택 그리고 과잉 생산을 줄인다는 명분

이게 다 붙으면서 중고 LP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감성적인 취미가 돼버렸어.

로컬 레코드숍에서 5달러짜리 명반 하나 건져오는 경험은 요즘 Z세대에겐 거의 보물찾기야.

 

그래서 지금 LP는 뭐냐면

정리해보면, 요즘 LP는 이 네 가지가 섞인 물건이야. 1. 방 분위기를 만드는 인테리어 오브제, 2. 팬덤과 취향을 증명하는 상징, 3. 소확행용 합리적 사치, 4. 지속가능성을 살짝 얹은 취미 그래서 이 현상을 “아날로그의 귀환”이라고만 보면 반밖에 못 본 거야.

이건 디지털 시대 이후에야 가능해진 아주 현대적인 소비 방식이고, LP는 그걸 담는 오래된 그릇일 뿐이야.

 

결국 유행은 돌고 돈다

다만 그대로 돌아오진 않아. 예전엔 LP가 음악의 중심이었고 지금은 스트리밍이 중심이고 LP는 취향과 정체성을 맡았다

소리는 디지털이 책임지고, 물성은 LP가 책임지는 구조. 이걸 보면 LP 리바이벌은 음악 시장보다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굿즈 시장에 훨씬 큰 힌트를 던지고 있는 중이야. 유행은 돌고 도는데, 돌아올 때마다 역할이 바뀐다는 걸 LP가 아주 잘 보여주고 있지.